들어는 봤나? 등산학교 라고 라고..
엄마가 불교 학교에 간다고 했을 때 언니는 좋아했다. 대학 전공도 몇 개씩이나 가지고 있는 언니는 무엇이든 배우는 걸 좋아했다. 불교 학교가 대체 뭘 가르치는 지는 몰라도 불심이 있는 사람들이 불교와 관련된 무언가를 배우는 것은 틀림이 없었다. 언젠가 <등산학교>라는 이름을 들었을 때 나는 도무지 그 학교에서 뭘 배우는 지 상상이 가질 않았다. 등산이라는 게 학교까지 갈 만큼 배울 게 있었던가? 그냥 산에 가면 되는 게 아니었나?
어느 날인가 언니는 엄마의 인수봉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위험한 건 하지도 말라며 놀이기구도 못 타게 하던 엄마가 인수봉이라니. 당연히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면서도 인수봉이라 주장하는 언니의 말에 반신반의했던 것 같다. 내가 인수봉에 가야겠다고 생각했으니..
돌이켜보면 인수봉에 갈 수 있는 기회는 언제고 생겨났다. 몇가지 조건들이 붙긴 했으나 잘 빌붙어 볼 수도 있을 것 같은 기회들이었는데 등산 학교에 가면 졸업식에 인수봉 등반을 한다는 말에 등산 학교를 가야겠다 마음먹었다. 그런데 부상으로 1년, 코로나로 1년, 다시 부상으로 1년, 총 3년이 지난 끝에야 입학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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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산학교 1주차
등산을 뭘 굳이 학교까지 가서 배우나 했는데 아침 9시부터 저녁 7시까지 생각보다 상당히 방대한 지식을 올데이로 배운다. 문제는 흥미와는 별개로 매 수업마다 강려크한 졸음과 사투를 해야 한다는 것 😇
1주차 | 4월 15일(토) / 이론 | 4월 16일(일) / 실기 | ||
등산의 기초 (원종민) |
09:00 ~ 12:00 | 08:30 우이동 만남의 광장 집결 |
조별모임 독도법 실기교육 및 실습 (북한산 일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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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반의 기초 (원종민) |
13:00 ~ 16:00 | |||
독도법 (남정권) |
16:00 ~ 19:00 |
>> 코오롱등산학교 정규반 76기
총 42명의 학생들은 6개 조로 나뉘어 조별 편성되고 각 조에는 담임선생님과 부담임선생님이 있다.
1주차 수업시간에는 뭘 배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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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킹(Hiking)은 정상을 향해 오르는 것, 트래킹(Trekking)은 낮고 완만한 산길을 걷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아니었다..? 과거 이걸 가지고 틀린 걸 우기기까지 한 나.. 진짜 반성한다.. 따흑.. 😭 이렇게 첫 수업부터 나의 멍청함이 하늘을 찔렀음을 알게 되었으니 졸업할 때까지 고개 숙이고 납작 엎드려 다녀야 한다는 걸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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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법 쓸모있다고 생각한 것 중 하나, 체감온도
준비성 부족이라고 치부하기엔 그냥 산을 너무 몰라서 라고 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더위와 추위에 약한 양은냄비 같은 나의 체감온도 덕에 많은 고난과 고초를 겪었기에 늘 궁금했다. 아무리 검색해도 안 나오더니만 진작 올 걸 그랬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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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리기를 할 때나 자전거를 탈 때도 늘 오버페이스하는 탓에 적당한 유산소 운동의 강도가 어느정도인지 늘 궁금했다.
목표심박수 = (220 – 나이) X 0.75
=> 대충 조금 숨이 차는 정도라고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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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거리 트레킹을 하며 나름 식단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런 기본적인 에너지원 사용순서도 모른체 했었다니.. 정말 멍청하다. ㅠㅠ 흑흑.. (참고로 대학 전공과목에 식품 영양학이 있었음 – 진짜 공부를 안했단 소리)
걷다 보면 자꾸 배가 고프니까 단백질을 많이 먹어줘야 하는 줄 알았는데 간단한 탄수화물을 자주 섭취하는 것이 더욱 도움이 된다고 한다. 섭취한 단백질은 에너지원으로 빨리 당겨올 수 없으니 운동 전후 충분히 섭취해주는 것이 좋고, 운동 중에는 탄수화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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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걸 알고 백두대간을 시작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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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중 신랑은 물을 너무 많이 마셔서, 나는 물을 너무 안 마셔서 문제였는데 선생님의 에너지 음료 제작 꿀팁까지 전수 받았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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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기 수업 전에 배워두면 피가 되고 살이 되는 지식들.. 이지만 비몽사몽 꿈나라에서 ..
(쌤 죄송해요.. 로프랑 슬링이 뭔지도 모르겠는데 추락 계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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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도 가져갔는데 별 쓸모는 없었다. 수업 내용을 휴대폰으로 연신 촬영하는 분이 계셨는데 나중에 공유해주는 줄 알고 안 찍은 나.. 조금 더 부지런떨지 못한 것에 대한 후회가 밀려온다. 흑흑.. (사실 조느라 바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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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산학교에서 배운 것 중 가장 잘 배웠다고 생각하는 게 독도법 인데 독도법(讀圖法)이란, 지도가 표시하고 있는 내용을 해독하는 법. 다시 말해서 지도의 난외주기에 나와 있는 모든 내용을 숙지하고 등고선을 보면서 산의 생김새를 형상화 시켜서 머리속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이다. – 대충 전쟁 나면 살아남는 방법 같은 걸 배운다 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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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아무리 흥미로워도 수업 중 잠과의 사투는 처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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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독도법 실습을 위해 북한산에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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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는 이렇게 지퍼백에 넣어 신발끈으로 묶어준 후 목에 걸고 다니며 보라고 하셨는데.. 걷다보면 불편해서 자꾸 접어서 주머니에 넣게 되었다..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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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도상의 방위가 실제 방위와 일치하도록 돌려놓는 걸 지도정치라 하는데 지도 상 지형 지물 확인 후 지도정치를 하여 목적지로 이동하는 과정을 실습했다. 우리 조 담임선생님은 박태원 선생님이었는데 1주차에는 부상으로 양유석 교무님과 함께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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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원들이 돌아가며 리더가 되기도 하고 조력자가 되기도 하며 북한산 이곳 저곳을 걸었다.
현대에 와서는 종이 지도를 보고 위치와 방향을 가늠하는 사람이 거의 없지만 GPS가 안 터지는 지역이라거나 고장 또는 오차가 심한 경우를 대비해 군대에서도 분대장급 이상의 병력은 필수적으로 익히고 있어야 한다는데 그 외에는 생존주의자들이나 등산덕후, 지리덕후들이 알고 있다고 한다.(응..?)
되기는 하는건지 뭔가 미심쩍은 플라스틱 나침반을 들고 영 눈치 없는 내 눈썰미로 다니는 것이 어딘가 허술해 보이고 불안하긴 했지만 정확도만 따지면 제대로 했다는 가정하에 스마트폰 GPS는 씹어먹는 정확도를 자랑하며 때로는 군용 GPS보다도 정확할 정도라고 하니 흥미롭지 않을 수가 있나. 문제는 내가 리딩을 할 때마다 절벽으로 이끌었으니 제대로 했다는 가정이 문제긴 한데..;;
시간나면 지도 들고 다니며 독도법 특훈하고 싶어졌다.ㅋ
+ 1주차 실습 때 출석 명부를 위한 셀피 촬영을 당하니 반드시 꽃단장을 하고 가도록 하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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